
최근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은 기업의 인사 관리뿐만 아니라 노동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법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한 예절의 문제로 여겨졌던 행위가 이제는 법적 책임과 손해배상, 징계, 해고로까지 연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상담 현장에서는 "이 정도도 성희롱인가요?"라는 질문이 가장 많다. 직장 내 성희롱은 개인의 주관적인 불쾌감만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이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직장 내 성희롱을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을 함으로써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요구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상 불이익을 주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한 농담이나 사적인 감정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면 직장 내 성희롱이 될 수 있다.
첫 번째 성립요건은 행위자가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일 것이다. 직장 내 성희롱은 반드시 상사만 가해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동료 직원, 후배 직원은 물론 사업주 역시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최근에는 협력 업체 직원이나 파견근로자 사이의 성희롱 문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사용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도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두 번째 요건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이뤄진 행위일 것이다. 사무실 안에서만 발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회식, 출장, 워크숍, 거래처 미팅, 업무용 메신저, 단체 채팅방 등 업무와 상당한 관련성이 인정되는 장소와 상황에서도 직장 내 성희롱이 성립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SNS를 이용한 성희롱 사례도 증가하고 있으며, 업무 연장 선상에서 이뤄진 행위라면 법적 판단 대상이 된다.
세 번째 요건은 성적인 언동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다. 성적인 언동에는 신체 접촉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다. 외모나 신체에 대한 반복적인 평가, 음란한 농담, 성적 경험에 대한 질문, 원하지 않는 식사나 술자리 강요, 음란한 사진이나 영상을 보여주는 행위, 특정 신체 부위를 지속적으로 응시하는 행동 등도 모두 성희롱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언어적ㆍ시각적ㆍ육체적 행위 모두 성적 언동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네 번째 요건은 피해자가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거나 고용상 불이익이 발생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주관적인 감정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평균적인 사람의 관점에서 해당 행위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려한다. 또 승진 배제, 인사상 불이익, 계약 갱신 거절, 업무 배제 등 성적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경우에는 전형적인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문제가 되는 것은 "장난이었다", "친해서 한 말이었다", "상대방도 웃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성희롱 여부는 행위자의 의도가 아니라 피해자가 처한 상황, 반복성, 업무상 관계, 객관적인 사회 통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상대방이 즉시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성희롱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증거 확보 역시 사건의 성패를 좌우한다. 카카오톡 대화, 문자메시지, 이메일, 녹음파일, CCTV, 회식 참석자 진술, 인사기록 등은 중요한 입증자료가 된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 증거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사건 발생 직후 관련 자료를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용자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피해자 보호조치와 행위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할 경우 행정적ㆍ민사적 책임은 물론 형사적 문제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직장 내 성희롱은 단순한 인간관계의 갈등이 아니라 근로자의 인격권과 안전한 근무환경을 침해하는 중대한 노동법상 문제이다. 반대로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성희롱으로 단정하는 경우에는 또 다른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감정적인 판단이 아니라 사실관계와 증거, 그리고 법률이 요구하는 성립요건을 객관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노동현장에서 성희롱 사건은 초기 대응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피해자 보호와 공정한 조사, 적법한 징계 절차가 함께 이뤄질 때 비로소 건강한 조직문화와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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