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유경제=김진원 기자]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수천만 명의 참정권이 걸린 선거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발길을 돌리는 사상 초유의 사고가 터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무능과 태만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든 만큼 이번 사태는 사퇴 몇 명으로 끝낼 일이 아니라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로 이어져야 한다.
이번 6ㆍ3 지방선거에서는 서울 등 일부 지역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정상적으로 투표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일부 투표소는 투표가 중단됐고, 개표 과정에서도 혼란이 이어졌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참정권이 침해됐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선관위의 해명이다. 선관위는 일부 지역에서 전체 유권자 수의 절반 수준만 투표용지를 인쇄했다는 비상식적인 변명을 내놨다. 모든 유권자가 투표할 가능성을 전제로 준비해야 하는 기관이 투표율이 낮을 것을 가정해 용지를 제작했다는 설명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선관위는 과거 `소쿠리 투표` 논란으로 국민적 비판을 받았다. 이후에도 선거 관리 부실 논란이 반복됐고, 투표용지 관리 문제와 각종 행정 실수들이 끊이지 않았다.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지켜야 할 기관이 오히려 불신의 원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선관위 조직 내부를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았다.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는 고위 간부 자녀와 친인척 채용 비리가 대거 적발됐다. 채용 절차를 무시하거나 특정 인물을 내정하는 등 공정성과 거리가 먼 행태가 드러났지만 선관위는 오랫동안 외부 감시를 거부해 왔다. 독립기관이라는 지위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우연한 사고가 아니다. 반복된 관리 부실과 책임 회피, 내부 비리와 조직 문화가 누적된 결과다. 실제로 선관위원장과 사무총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국민적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몇몇 책임자의 사퇴로 덮어서는 안 된다. 선관위 해체는 물론이고, 그동안 선거 관리 과정에서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지 전면적인 조사에 나서야 한다. 가족 채용 비리부터 반복된 선거 관리 부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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