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유경제=김진원 기자] 최근 주택 임대차시장에서 전세는 줄고 월세는 늘어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빌라나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를 중심으로 나타났던 변화가 이제는 아파트시장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전ㆍ월세 거래 비중은 비슷한 수준까지 좁혀졌고, 전국 월세 비중도 최근 5년 새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임대차시장 구조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전세사기 여파와 고금리, 입주 물량 감소 등이 이러한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본보는 전세의 월세화가 확산되는 배경과 시장 변화 등을 자세히 짚어보고자 한다.
월세 비중 68.3% '역대 최고'
서울 아파트, 사실상 '전ㆍ월세 50 대 50'
지난달(5월) 3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6년 2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전국 주택 전ㆍ월세 거래량은 25만3423건으로 집계됐다. 전월(25만3410건)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전세와 월세의 흐름은 뚜렷하게 엇갈렸다.
전세 거래량은 7만6308건으로 전월 대비 9.3%, 전년 동월 대비 26% 감소했다. 최근 5년 평균과 비교해도 33.1% 줄어든 수치다. 반면, 월세 거래량은 17만7115건으로 전월 대비 4.6%, 전년 동월 대비 1.1% 증가했다. 5년 평균 대비로는 29.6% 늘었다.
전체 임대차시장에서 월세의 존재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1~2월 누계 기준 전국 월세 거래 비중은 68.3%로 최근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 47.1%에 머물렀던 비중은 2023년 52.4%, 2024년 57.5%, 2025년 61.4%로 꾸준히 상승했으며, 올해는 거의 7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확대됐다.
서울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달 11일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ㆍ월세 거래에서 전세 비중은 2017년 4월 65.6%에서 올해 4월 50.2%로 대폭 낮아졌다. 반면, 월세 비중은 34.4%에서 49.8%까지 확대되며 사실상 전세와 월세 비중이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올해 4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총 1만7156건으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월세 거래는 8543건으로 전체의 49.8%를 차지했다. 10년 전만 해도 전세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 구조가 크게 달라진 셈이다.
이뿐만 아니다. 연립ㆍ다세대시장에서는 월세화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연립ㆍ다세대 월세 비중은 2017년 37.3%에서 올해 61.3%로 확대됐다. 반면 전세 비중은 같은 기간 62.7%에서 38.7%로 감소하며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실제 거래량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연립ㆍ다세대 전세 거래량은 2022년 4월 8884건에서 2023년 4월 6174건으로 30.5% 감소했다. 반면 월세 거래량은 같은 기간 4921건에서 5029건으로 증가했다. 이후 2024년부터는 월세 거래량이 전세 거래량을 넘어섰고 현재까지도 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이 같은 변화가 주로 비아파트시장에서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아파트시장으로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전ㆍ월세 거래 비중 격차는 빠르게 줄어들며 전통적인 전세 중심 임대차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유관 업계 관계자는 "전세사기 사태 이후 연립ㆍ다세대시장을 중심으로 월세 거래 비중이 빠르게 확대된 데 이어 최근에는 아파트시장에서도 전세와 월세 비중 격차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며 "서울 임대차시장 전반에서 월세 중심 재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 "전세사기ㆍ고금리ㆍ입주 감소 영향"
정부ㆍ서울시 해석은 `엇갈려`
그렇다면 전세의 월세화는 왜 가속화되고 있는 것일까. 시장에서는 전세의 월세화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가장 먼저 꼽히는 배경은 전세사기 여파다. 전세사기 여파가 확산되면서 세입자들 사이에서 전세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고, 목돈을 맡기는 전세보다 상대적으로 위험 부담이 적은 월세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대인들의 인식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목돈을 활용할 수 있는 전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보증금 반환 부담과 금융시장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안정적인 월세 수익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시각이다.
고금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과거에는 전세대출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거주할 수 있었지만 금리 부담이 커지면서 전세 수요가 일부 월세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기에 1~2인 가구 증가 역시 월세 수요 증가를 이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입주 물량 감소도 시장이 주목하는 변수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 3만3822가구에서 올해 1만7134가구로 감소했다. 신규 입주 물량이 줄어들면 전세 공급 역시 감소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월세 비중 확대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수 전문가는 월세 비중 확대를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전세 감소로 상당수가 월세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특히 청년층과 신혼부부, 무주택 실수요자의 경우 월세 지출 증가가 내 집 마련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부동산 전문가는 "전세 물량 감소가 모두 자가 수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가 마련이 어려운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 상당수는 결국 월세시장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어 주거비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세의 월세화를 두고 정부와 서울시의 시각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전세 매물 감소 현상에 대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다주택자가 내놓은 매물을 무주택자가 매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전세 물량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대통령의 인식에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오 시장은 "전세 소멸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초래한 결과"라며 "과도한 부동산 규제로 공급 감소가 빨라진 가운데 자가 마련이 어려운 실수요자들이 월세시장으로 내몰린 현실을 보여준다"며 주택 공급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 시장의 비판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전세의 월세화가 특정 정책의 결과가 아니라 전세사기 여파와 1인 가구 증가 등 임대차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현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최근 전ㆍ월세시장 불안의 배경으로 입주 물량 감소를 지목하며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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