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유경제=김진원 기자]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고가주택 대출을 제한한 `10ㆍ15 부동산 대책`이 시행 1년을 앞두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강남권의 과열을 진정시키는 효과는 나타났지만 매수세가 중저가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서울 집값 상승세가 이어졌고, 전세 매물 감소와 공급 부족이라는 부작용도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본보는 10ㆍ15 부동산 대책 시행 1년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부동산시장의 변화를 살펴보고, 향후 보완 과제를 짚어봤다.
서울 전역 규제지역 지정ㆍ고가주택 대출 제한
강남 과열 진정… 강북ㆍ외곽으로 매수세 이동
정부는 지난해 10월 15일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시, 광명시, 성남 분당ㆍ수정ㆍ중원구, 수원시 영통ㆍ장안ㆍ팔달구, 안양시 동안구, 용인시 수지구, 의왕시, 하남시 등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당시 이들 지역은 아파트 등을 대상으로 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도 포함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을 구입하려면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취득 이후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이른바 `갭투자`를 차단하고 투기성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규제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강화했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시가 15억 원 이하 주택은 6억 원, 15억 원 초과 25억 원 이하 주택은 4억 원, 25억 원 초과 주택은 2억 원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차등 적용했다. 규제지역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40%로 낮추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도 강화했다.
하지만 10ㆍ15 대책 시행 이후 정부의 의도와 달리 고가주택이 밀집한 강남권에서는 거래와 가격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서울 전체의 집값을 안정시키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셋째 주부터 올해 10월 첫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0.42% 상승했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각각 1.40%, 3.35% 올라 서울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반면 성북구는 같은 기간 16.52% 상승했고 서대문구 14.40%, 강서구 14.39%, 구로구 13.69%, 중구 13.49%, 동대문구 13.42%, 노원구 12.52% 등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가 강해지자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쉬운 강북과 외곽의 중저가 주택으로 수요가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 지역에서도 지역별 차별화가 두드러졌다. 먼저 성남시 분당구는 20.72%, 광명시는 20.05%, 용인시 수지구는 19.66% 상승했다. 규제지역에 포함되지 않았거나 대출 규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화성 동탄과 수원 영통ㆍ권선구, 용인 기흥ㆍ처인구 등으로 매수세가 번지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이에 대해 부동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10ㆍ15 대책이 고가주택의 매수세를 일부 억제했지만 수요를 강북과 외곽지역으로 밀어내 서울 집값 상승을 막지 못했다"며 "전ㆍ월세 물량 감소와 주거비 부담까지 키웠다는 점에서 시장 안정 대책으로서 명확한 한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전세 물량 줄고 공급 회복도 지연… 실수요자 부담 ↑
전문가 "가격 억제 아닌 임대차ㆍ서민 주거 안정 집중해야"
이뿐만 아니다. 매매 규제 영향은 임대차시장으로도 이어졌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주택을 구입한 사람이 직접 거주해야 해 전세를 놓을 수 없고, 대출 규제 강화로 매매를 포기한 실수요자들로 인해 전세 수요가 늘어났다.
최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603건으로 1년 전 2만3677건보다 약 13%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9.96% 상승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성북구의 전셋값 상승률이 15.64%로 가장 높았고, 노원구 14.63%, 송파구 12.38%, 성동구 12.23%, 강북구 11.86%, 도봉구 11.73% 등도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매매시장에서 중저가 주택 가격이 오른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가격까지 동반 상승한 셈이다.
이에 정부는 수요 규제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올해 1월 29일과 8월 13일 부동산 대책을 잇달아 발표하며 공급 확대에 나섰다.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150만 가구 이상을 착공하고 신규 공공택지와 도심 유휴부지, 3기 신도시 및 도시정비사업 등을 통해 공급 기반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는 실제 공급 실적이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잇달아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착공과 준공 물량은 여전히 부족해 시장이 체감할 만한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수도권 주택 착공 물량은 8만6739가구로 전년 동기보다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준공 물량 역시 8만75가구로 21.6% 감소했다.
특히 올해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약 10만5000가구로 최근 10년 평균인 18만3000가구보다 42.6%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택지와 도시정비사업을 통한 신규 공급이 실제 입주로 이어지려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한 만큼 당분간 공급 부족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규제지역을 광범위하게 지정한 방식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 과열이 진정된 지역까지 동일한 규제를 유지할 경우 정상적인 거래가 위축되고, 인접한 비규제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1년 전 시행된 10ㆍ15 부동산 대책은 투기성 수요와 고가주택의 과열을 일부 억제했지만 집값 안정과 실수요자의 주거비 부담 완화에는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다.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출과 거래를 제한해 수요를 강북ㆍ외곽의 중저가 주택과 전ㆍ월세시장으로 이동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관 업계 관계자는 "입주 물량 부족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실거주 중심의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전세 공급이 직격탄을 맞았다"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강남 집값을 억제하는 데 머물지 말고 전ㆍ월세시장과 서민 주거 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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