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유경제=김진원 기자] 2026년 국정감사(이하 국감)에서 서울 집값 불안과 주택 공급 부족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와 서울시는 공급 감소의 원인과 책임을 놓고 충돌했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저조한 착공 실적과 본청약 지연 등으로 질타를 받았다. 여기에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이 끝난 뒤에도 청산을 마치지 않은 조합이 전국에 300곳 넘게 남아 있는 사실도 드러나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본보는 올해 국감에서 다뤄진 부동산 주요 쟁점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 공급 부족 놓고 책임 `공방`
오세훈 시장 "과거 정비구역 해제가 원인… 정부 협조 필요"
이달 19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감에서는 서울 집값 상승과 주택 공급 부족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오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장종태 의원은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자료를 토대로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비강남권의 인ㆍ허가와 준공 실적이 감소했다며 서울시 책임론을 꺼냈다.
장 의원은 오 시장 취임 이후 월평균 준공 실적이 강남ㆍ서초ㆍ송파구에서는 11.5% 증가했지만, 나머지 22개 자치구에서는 43%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인ㆍ허가 실적도 강남 3구는 5.3% 줄어든 반면 나머지 자치구에서는 14.5% 감소했다며 지역 간 공급 격차를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오세훈 시장은 "주택 공급은 정비구역 지정부터 조합 설립,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 이주ㆍ착공ㆍ준공까지 장기간이 걸리는 만큼 현재의 실적만으로 시 정책 성과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특히 오 시장은 "박 전 시장 재임 당시 재개발ㆍ재건축 정비구역 389곳이 해제되면서 약 43만 가구의 공급 기회가 사라졌다"며 "정비구역이 대거 해제된 결과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 이주ㆍ착공 및 준공 물량이 순차적으로 감소했고 그 영향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 허영 의원은 "오 시장 역시 과거 시장으로 재임할 당시 정비구역 해제를 추진했다"며 "현재의 주택 공급 부족을 전임 시장에게만 돌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재반박했다.
이에 오 시장은 자신이 해제한 곳은 당시 전체 808곳 가운데 31곳으로 약 4%인 반면, 박 전 시장 재임 기간에는 683곳 중 389곳에 해당하는 약 57%가 해제됐다며 규모와 파급효과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서울의 주택 공급에서 도시정비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강조했다. 가용택지가 부족한 서울에서 신규 주택의 약 3분의 2가 재개발ㆍ재건축을 통해 공급되는 만큼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의 한시적 완화와 이주비 지원 등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LH 공공주택 착공률 25.7%… 미착공 물량 20만 가구 넘어
본청약 평균 12.8개월 지연… 인력 감소ㆍ부채 증가도 쟁점
공공주택 공급 정책의 핵심 실행기관인 LH의 실적도 이번 국감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강조하고 LH의 직접 시행 역할을 늘리고 있지만, 실제 착공 물량은 연간 목표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2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LH 국감에서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올해 LH의 건설형 공공주택 착공 물량은 1만3293가구였다. 연간 목표인 5만1783가구의 25.7%에 불과한 실적이다.
LH가 연말까지 목표를 달성하려면 남은 기간 3만8490가구를 추가로 착공해야 한다. 착공 물량이 연말에 집중되면 현장 준비가 충분히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통계상 착공과 실제 공사 진행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성훈 LH 사장은 "현재 실적은 부족하지만 금년도 목표는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계산된다"면서 "대부분 물량이 조달청 사업자 선정 단계에 있고, 민간참여사업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거의 마쳐 오는 11월과 12월 중 착공할 수 있는 물량이 많다"고 답했다.
다만 이 사장은 착공 물량이 연말에 몰리는 문제에 대해서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사업자 선정과 인ㆍ허가 등의 절차를 앞당겨 연중 공급 실적이 고르게 나타날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뿐만 아니다. 이미 사업계획 승인을 받고도 착공하지 못한 누적 물량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사업승인을 받고도 착공하지 못한 주택은 전국 20만9270가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만3802가구는 2022년 이전에 사업승인을 받고도 첫 삽을 뜨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 의원은 "신규 물량 확대도 중요하지만 장기간 미착공 상태에 놓인 사업부터 신속히 추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전청약 단지의 본청약과 입주 지연 문제를 제기한 정 의원은 "수도권 공공주택 99개 블록 가운데 70개 블록의 본청약이 당초 계획보다 평균 12.8개월 늦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남양주 왕숙2 A3블록은 입주가 2026년 12월에서 2030년 5월로 약 3년 5개월, 성남 복정2 A1블록은 2025년 10월에서 2030년 5월로 약 4년 7개월 미뤄졌다.
이에 이 사장은 "과거 LH가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민원에 다소 소극적으로 대응한 측면이 있었다"며 "현재는 직원들에게 민원을 적극적으로 조정해 사업 속도를 높이도록 주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 확대에 필요한 인력과 재무 여건도 문제로 언급됐다. LH의 일반 정규직은 2020년 약 7100명에서 현재 6398명으로 감소했지만, 부채는 올해 약 197조 원에서 2030년 372조8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 사장은 공급 목표 확대에 따른 대규모 인력 충원과 재정 지원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는 견해다.
미청산 조합 301곳… 잔여자금 5602억 원
국토부 장관 "지방정부와 협조해 개선안 마련할 것"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이 끝난 뒤에도 청산을 마무리하지 않은 조합의 관리 문제도 국토부 국감에서 다뤄졌다.
이달 7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부 국감에서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장기간 청산 절차가 이어지면서 조합원에게 돌아가야 할 잔여재산이 운영비 등으로 소진될 수 있다"며 "전국 미청산 조합에 대한 전수조사와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염 의원실이 국토부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전고시와 해산 총회를 마치고도 청산되지 않은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은 전국 301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해산 이후 5년 넘게 청산을 끝내지 못한 조합은 108곳이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이전고시 후 1년 이내에 해산 총회를 열도록 규정하지만, 청산 절차가 장기화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남측 도시정비형 재개발 조합은 2010년 해산한 뒤 16년째 청산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잔여자금 규모도 상당했다. 전체 미청산 조합 301곳 가운데 잔여자금 규모가 확인된 곳은 243곳으로, 이 중 잔액이 남아 있는 204곳이 올해 6월 기준 총 5602억4196만 원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58곳은 잔여자금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한 재개발 조합은 2023년 6월 해산 이후 소송 4건으로 청산을 마치지 못하면서 매달 1000만 원이 넘는 급여가 지급돼 해산 당시 125억 원이었던 잔여자금은 올해 6월 19억 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산이 늦어질수록 운영비가 계속 발생해 조합원의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국토부가 전국 미청산 조합의 구체적인 현황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은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염 의원은 소송 등 불가피한 사유로 청산이 늦어지는 조합과 특별한 이유 없이 절차를 미루는 조합을 구분해 관리하고, 청산 비용과 잔여재산 사용 내역을 조합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홍지선 국토부 장관은 "전국의 지방정부와 협조해 미청산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개선안을 마련해 국회에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 AU경제
(http://www.areyou.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