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유경제=김진원 기자] 본격적인 봄 이사철을 앞두고 서울 전세시장이 예년과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통상 신학기와 이사 수요가 맞물리며 거래가 활발해지는 시기로 알려졌지만, 올해는 전세 매물 감소와 거래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며 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본보는 올해 봄 이사철 전세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흐름을 살펴보고, 최근 나타나는 변화와 특징을 짚어보며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와 그 배경까지 함께 살펴봤다.
전세시장 내 매물 급감… 잇달아 가격 상승 ↑
이사철이 시작된 가운데 올해 전세시장은 매물 감소와 거래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례적인 흐름을 보이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이달 10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7556건에 그치며 1년 전 2만8846건과 비교해 약 40% 가까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여기에 전세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신규 전세 계약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최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은 9930건으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1만6262건)과 비교해 약 38.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다. 전세수급지수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도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70.34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2월) 마지막 주 170.28을 기록하며 전주(166.83) 대비 상승해 170선에 올라선 이후 오름세가 계속되는 흐름이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시장의 수요와 공급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100을 넘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지수가 상승했다는 것은 전세를 찾는 수요에 비해 시장에 나온 매물이 부족하다는 뜻인 만큼 전세시장 내 수급 불균형이 확대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매물 감소가 결국 가격 상승으로 직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거래량은 줄었지만 매물 감소로 선택 가능한 물건이 제한되면서 일부 매물을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달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둘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57주째 상승하는 등 장기간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았던 지역에서는 전세 물량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세가 더욱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신규 전세계약 사례를 보면 최고가 경신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강남구 잠원동 `신반포르엘` 전용면적 59㎡는 지난 2월 28일 보증금 13억 원에 계약이 체결되며 종전 최고가를 넘어섰다. 인근 `반포르엘` 97㎡ 역시 같은 달 21일 보증금 24억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원페를라` 84㎡의 경우 지난 2월 24일 보증금 15억7000만 원에 계약이 이뤄지며 최고 수준을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구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인된다. 이달 11일 `송파삼성래미안` 126㎡(9층)는 보증금 13억 원에 계약되며 기존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이는 2025년 12월 19일 기록된 종전 최고가(11억5000만 원) 대비 1억5000만 원, 약 13% 상승한 수준이다. 같은 지역 마천동 `송파파크데일1단지` 114㎡(2층) 역시 이날 8억5000만 원에 거래되며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는 지난해 5월 동일 층수 거래가(7억2000만 원)와 비교해 1억3000만 원, 약 18% 상승한 금액이다.
이 같은 상승 흐름은 강남권 외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관악구 `힐스테이트관악뉴포레` 59㎡는 지난 3일 14억5000만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직전 거래 대비 1억6500만 원 오른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초 공급 물량이 집중되면서 가격이 일시적으로 조정됐지만 이후 전세 물량이 감소하고 이사 수요가 겹치면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면서 "실거주 의무 등 수도권 규제 영향으로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분간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규제ㆍ금리ㆍ세제 등 복합적 요인 지목
전문가 "전세의 월세화 가속 우려"
이런 상황 속에서 설상가상으로 입주 물량은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6412가구로 집계돼 전년 대비 약 48%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달 입주 물량 역시 810가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며 공급 위축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전세시장에서 매물 자체가 부족해지면서 가격 비교가 어려워지고 일부 매물을 중심으로 가격이 형성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아파트 전셋값 상승 부담도 한층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서 그는 "입주 물량 감소까지 겹치면서 신규 전세 공급이 줄어들고 기존 매물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며 "수요는 유지되는 반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거래 위축과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수의 전문가는 전세 매물 감소와 거래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는 배경에는 정책과 금리, 세제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가 전세 공급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실거주 의무 확대와 규제지역 지정으로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방식이 제한되면서 시장에 공급되는 전세 물량이 줄어드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리 부담 역시 시장을 제약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매수 수요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대출 증가세 둔화는 주택 거래 위축과 직결되고 주택 매수 시 대출이 동반되는 구조상 거래량이 줄어들면 대출 수요도 함께 감소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의 지난달(2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10조7211억 원으로 전월 대비 5967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최근 3년간 2월 증가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봄 이사철임에도 거래와 대출 수요가 모두 둔화된 흐름을 보여준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까지 이어지면서 대출을 통한 매수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세 수요는 시장에 머무는 반면 공급은 줄어드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분위기가 바뀌며 나타났던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전세 가격 상승으로 임차인의 자금 부담이 커지면서 월세나 반전세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임대인 역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유관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거래 위축 흐름이 이어지고 있고 전세 물량 감소와 수요 유지가 맞물리며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 전세 비중은 줄고 월세 중심으로 시장 재편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서울시는 봄 이사철을 앞두고 AI 기반 `부동산동향분석시스템`을 활용해 이상 거래를 선별하고 무자격 중개, 허위 매물 등 불법 행위 단속을 강화한다. 이번 점검은 국토교통부와 자치구가 합동으로 진행되며,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행정처분과 수사 의뢰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외국인 매수 거래에 대해서도 실거주 여부를 확인하는 등 관리 강도를 높일 방침"이라며 "이상 거래를 사전에 포착해 부동산시장 질서를 바로잡겠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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